구제역 건의 귀막은 중앙정부

도축장 스팀세척소독시설 도입 …살처분 비용 전액 국비지원 등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수그러들고 있지만 충남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도가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와 관련해 중앙정부에 건의했던 사안들이 아직도 처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도에 따르면 충남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구제역 발생건수는 이달 들어 확연히 줄어들었다. 구제역의 경우 지난 1월과 2월 접수된 건수가 각각 45건과 48건이었으며 3월 53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에는 13건으로 줄었다. 이달 들어서는 아직까지 단 한 건의 구제역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제역이 잠잠해지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3일 구제역 가축방역협의회 자문을 거쳐 구제역 위기단계를 한 단계 낮췄다. 구제역이 진정국면으로 들어서 확산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경계’에서 ‘주의’로 내렸다.

이처럼 구제역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국 최대 축산단지인 도는 가축질병 예방 등에 대한 대정부 건의가 좀처럼 반영되지 않고 있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도는 지난해부터 농림부에 살처분 전액 국비지원을 건의했고 올해는 가축도축장에 스팀세척소독시설을 도입하는 것과 사료하차장에 소독설비를 의무화하는 방안 등을 반영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농림부는 살처분의 경우 방역활동에 개인 농장주의 책임이 있고 지역자치단체 역시 의무가 있기 때문에 전액 지원은 어렵다며 농가와 지자체에 비용을 분담시키고 있다.

특히 살처분의 경우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고 있고 이번 구제역 등으로 인한 보상금만 114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재정자립도가 평균보다 낮은 도와 충남 각 시·군들은 살처분에 투입된 예산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이번 구제역으로 인해 천안과 홍성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지만 재정자립도는 30.2%, 12.5%로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인 약 50%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가축도축장에 스팀세척소독시설을 도입하는 것과 사료하차장에 소독설비를 의무화하는 방안 역시 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소독시설을 도입할 경우 필요한 재원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구제역 등 가축질병의 경우 국가재난으로 분류해 전국 자치단체가 정부를 대상으로 충분한 협의를 할 수 있는 기구의 필요성 등이 제기된다.

도 관계자는 “구제역이나 AI 등 가축질병이 발생할 경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축산단지가 위치한 충남의 경우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예방방안을 정부에 건의했으나 아직까지 답변은 없다”면서 “소독시설 도입의 경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한편 농림부는 구제역 등이 수그러들자 1800여개 농가에 대해 이동제한 조치를 해제한 바 있다.

창 길수 기자

창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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