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하기전에 국회감사부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성폭행 논란을 빚고 있는 심학봉 국회의원에게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심 의원은 김 대표의 권유를 즉각 거부하며, 검찰수사 결과가 나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응수했다.

이와는 별도로 국회 윤리특위 여당 간사인 홍일표 의원은 오는 16일로 예정된 특위에서 제명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심 의원의 새누리당 탈당에 이어 의원직 사퇴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심 의원이 부적절한 처신에 이어 거취 표명에도 또 한번 실기(失機)를 하는 것 같다. 안타깝다.

지난달 28일 민간인으로 구성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에서 만장일치로 ‘의원직 제명’ 의견을 윤리특위에 제출했을 때가 적기(適期)로 보였는데. 기자는 개인적으로 심 의원이 억울한 측면이 적지 않다고 본다.

이 땅의 많은 ‘마초(macho)’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검찰수사와는 별개로 최소한 여론재판은 피하려고 노력했어야 했다. 국회와 금배지라는 방패 뒤에 숨을 생각을 버리고 자연인으로 검찰의 재수사와 당당하게 마주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적·인간적 미래에까지 무차별 돌팔매를 맞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이래저래 대구·경북 국회의원들마저 궁벽(窮僻)한 처지다.

동료의원 감싸기에 이골이 났는데 거꾸로 사퇴를 권유하고 종용하는 신세에 몰렸음이니. 지금까지는 그래도 ‘동메달감’은 아니라고 발끈하기도 했는데, 이젠 ‘X메달’이란 소리를 들어도 입 둘 바를 모르게 됐다.

국회의원들의 염치 불고, 체면 불고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아버지가 국회의원인데 취업 걱정을 왜 하느냐’라는 게 수많은 청년실업자들의 풍자와 자조다.

새정치연합은 ‘딸 취업청탁’ 논란의 장본인 윤후덕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새누리당도 오십보 백보, 로스쿨 출신 아들의 정부법무공단 특혜 채용 의혹을 산 김태원 의원에 대한 진상조사는 하는 둥 마는 둥. 최근 많은 국회의원들이 7대 종단이 캠페인성으로 벌이는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에 참여했다.

새정치련 문재인 대표는 “국회의원답게 살기의 기본은 선공후사(先公後私)”라고 말했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이고, 유체이탈화법의 백미(白眉)다.19대 국회에서 형사처벌을 받아 의원직을 잃은 의원만 18명. 여기에 비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도 14명이다. 이 추세면 19대 국회가 역대 국회 중 의원직 상실자가 가장 많았던 18대의 21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막장국회로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국회 내부의 자정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국회윤리특위는 있으나마나, 무용론만 무성할 뿐이다.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어제부터 시작됐다.

이번 국정감사는 피감기관만도 지난해보다 100여개 늘어난 799개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정말 ‘국회의원답게’ 정책분석과 비판을 통한 대안을 제시하는 생산적인 감사다워야 할 텐데. 혹여 제 눈에 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에 티끌을 지적하고 망신 주고 호통치다 끝냈다는 소리만 들려오는 건 아닌지 위태위태하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었다는 말이 안 나오게, 내년 총선에서 당도 개인도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이라도 썼다는 평가가 나오게 할 일이다.

국회는 검찰과 함께 무소불위의 힘자랑을 하는 대한민국 유이(有二)의 권력괴물이다. 끼리끼리 밀어주고 막아주는 ‘이너 서클’의 담합을 뉘라서 견제하고 감사할 것인가. 왕조시대의 유물을 현대판 음서제로 부활시키는 이런 썩은 국회에는 삼권분립이란 헌법적 가치도 삭았다.

부정 청탁 방지를 목적으로 만든 ‘김영란법’에도 이완구 전 총리의 엄포대로 애먼 언론인은 콕 집어넣고 국회의원 지들만 쏙 빠져나가는 것을 보라.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유권자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국레기’들 아닌가. 4년 만에 한 번 표로 심판하는 걸로는 역부족이고, 유권자 국민의 후회만 깊어지게 한다.

이쯤에서 2000년 16대 총선에서 광풍을 몰고 온 ‘낙천·낙선운동’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상시 퇴출도 가능한 국민소환제는 또 어떤가.

김 배규

김배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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